바리스타, 전문 직업인으로 가는 길

 

커피 비평가 협의회(CCA) 제 1회 포럼 에는 위와 같은 주제로 네명의 연사가 초청되어 발제를 하였습니다. 커피업계종사자들 뿐 아니라, 커피와 바리스타에 관심을 가진 일반인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니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것 입니다.

 

 

바리스타의 꿈과 미래 - 이장우 박사(이화여대,경희대 경영대학 겸임교수. ‘아이디어닥터’)

 

이탈리아나 미국 등의 바리스타는 굉장히 뛰어난 전문성을 갖고 있다. 그들의 관점으로는 국내 바리스타는 아직 파트타임 수준에 머물러 있고 숙련도가 많이 부족해 보인다고 한다. 매장은 엄청나게 많아지고 시장 규모는 성장했지만 바리스타와 주변 환경은 나아진 것이 없다. 국내 커피시장은 점점 새로운 성장 환경에 직면할 것이다. 바리스타를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바리스타의 역할과 책임은 무엇일까? 얼마 전 유명 커피 전문가가 운영하는 한 카페를 찾았다가 바리스타의 태도에 대단히 불쾌했던 적이 있었다. 맛에 대한 평가조차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서비스가 좋지 않았다. 아무리 커피를 잘 만들고 유명한 카페라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바리스타라는 것을 느꼈다. 이처럼 바리스타는 고객과 가장 가깝게 소통하는 터치포인트이자 커피의 ‘종결자’다.

 

따라서 이제는 바리스타에 초점을 맞출 때다. 우리는 이제까지 바리스타를 너무 소외시켰다. 최고의 커피는 최고의 바리스타가 없으면 만들 수 없다. 자신의 전문성을 위해 노력하는 바리스타. 그리고 그들을 존중하는 사람들이 모여 건강한 커피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바리스타길드가 본 바리스타의 현주소 - 서한정 바리스타(한국바리스타길드 소속 현직 바리스타)

 

우선 바리스타 입장에서 바리스타들의 일반적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대부분 바리스타들은 ‘커피가 좋아서’ 이 일을 시작하고 유명한 ‘스타’바리스타를 꿈꾸기도 한다. 그러나 스타 바리스타 역시 매장을 찾는 손님들에게는 평범한 바리스타일 뿐이다. 또한 화려한 대회에 입상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주어진 시간을 효과적으로 분배하고 집중해야 한다. 똑같은 근무조건 속에서 매장 일을 다 마치고 공부를 하기도 한다. 끊임없이 정보를 얻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한다.

 

하지만 지금 업계 환경은 바리스타가 스스로 성장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지금 바리스타의 복리후생 수준으로는 정상적인 삶을 살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인생에 대한 장기적인 설계를 하기 힘들다. 바리스타가 아무리 전문직이라고 외쳐도 업계에서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

 

마치 ‘토사구팽’의 처지와 같다고 느끼는 바리스타들도 있다. 카페를 위해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희생한다 해도 더 큰 성장을 하기 힘들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은 카페 입장에서도, 바리스타에게도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바리스타의 현실에 대해 많은 분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설문으로 푼 한국 바리스타의 마인드 - 이은용 교수(경희사이버대학 호텔경영학과 교수)

 

바리스타 중에서는 비정규직이 약 70%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큰 차별대우는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역시 임금 부분이었다. 많은 바리스타들이 과연 이 정도 돈을 벌면서 인생을 설계하고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었다. 그 다음은 불규칙한 근무시간에 대한 문제였다. 그런데 바리스타 대부분은 이 일을 오래 하고 싶어 했다. 평생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도 매우 많았다. 하지만 동시에 복리후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평생 직업은 되기 힘들 것 같다고 응답했다. 많은 바리스타가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지만 열악한 복리후생 때문에 고민이 많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바리스타들은 실제 일을 하면서 이전에 배웠던 자격증 교육 외에 커핑과 고객 서비스 등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일할 때 자격증이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바리스타는 그렇지 못 하다는 의견이 많았고 오너들은 매우 큰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오너와 바리스타의 시각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설문 결과를 분석해 볼 때 현재 바리스타들은 임금과 복지, 근무시간 부분에서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그 배경에는 오너와 바리스타 간 관점의 차이가 자리 잡고 있었다. 서로간의 간극을 좁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바리스타와 카페가 함께 사는 법 - 홍성대 대표(월간커피 발행인)

 

바리스타와 카페의 현실에 대해 말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문제다. 일반적으로 카페 사업을 할 때 100곳 중 8곳만이 성공하고 나머지 92곳은 제대로 경영할 수 없다고 한다. 카페가 살아야 바리스타도 사는 법인데 카페 자체가 살기 힘들다. 결국 바리스타의 근무 여건도 악화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바리스타가 살면 다시 카페도 살아난다. 전문직업인으로서 능력을 개발하고 비전을 갖고 일하는 바리스타는 카페를 살릴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카페는 바리스타에 대한 지원을 늘려나갈 수 있다. 카페가 살아야 바리스타가 살고 바리스타가 살면 카페도 살 수 있다.

 

KBC(한국바리스타챔피언십)대회에는 각 예선에서 통과한 바리스타들이 결선 전 1박 2일 워크숍에 참석하는 일정이 있다. 그런데 처음에는 소속 카페의 사정 때문에 참석하기 어려운 바리스타들도 많았다. 카페 운영이 워낙 소수의 바리스타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오너 입장에서는 바리스타가 워크샵에 가버리면 카페 운영이 힘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좀 더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보자고 설득했다. 바리스타를 전문 직업인으로 양성해야 함을 인식시켰다. 지금은 이 워크숍이 바리스타 간 의사소통과 정보공유의 장으로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카페 오너들도 이 워크샵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출처:월간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