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약
커피의 향미를 평가하는 것은 와인의 맛을 평가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와인이나 맥주, 시가는 일단 병이나 박스에 담기면 끝이지만 커피는 한 잔의 커피가 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며 단계마다 변화의 위험이 도사린다.와인은 대부분 생산자가 병에 담기 때문에 안에 있는 와인이 어떻게 변화할지예측할 수 있다. 최종 소비단계에서 와인은 마개를 열고 따라 마시면 그만이다.
하지만 커피는 재배자에서 최종 소비자까지 여러 단계의 관계자들이 세계적으로널리 퍼져있다. 이들은 서로가 누군지 알지 못하고 말 한마디조차 나누지 못하는 사이다.
커피를 마시기까지 과정은 재배자와 커피열매를 따는 수확자들에게서 시작된다.
다음은 열매에서 씨를 말라낸 뒤 말려 콩(beans)을 만드는 가공과정으로 이어진다. 가공단계는 커피의 최종적인 향미를 가늠하는 매우 중요한 단계이다.
3번째는 가공업자들이 콩을 무역업자에게 파는 단계이다. 무역업자들은 포대에 담아 배에 싣기 전에 콩을 섞기도 한다.이 과정에서 커피는 습한 기후 속에서 숙성될 수도 있다.
4번째는 수입업자가 통관과정을 거쳐 로스터에 파는 단계이다.
다음 이어지는 로스팅 단계는 커피의 향미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단계인 것으로 손꼽힌다. 로스터는 품종이나 지역에 따라 커피를 블렌딩한다. 블렌딩은 커피 향미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다음 소매상은 단순하지만 매우 의미 있는 역할을 하는데, 커피가 향미를 잃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일련의 ‘커피드라마’에서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배우는 소비자(the consumer)이다. 이들은 커피를 사 갈고 커피를 추출한다. 우유나 설탕 등을 넣는 행위도 향미에 영향을 준다.
케네스 데이비즈는 커피를 평가하고 향미를 묘사하는 이유는 커피가 겪는 여러 단계에서의 위험 때문이라고 아래와 같이 고백했다.
“Thus, by the time it is drunk, a coffee has been subject to at least seven momentous processes carried out by seven potentially unrelated parties resident in anywhere from two to four parts of the world. Coffee is not bottled or boxed. It's not just bought, opened and drunk. It's a multicultural, transoceanic, culinary work-in-progress. Which is why I like writing about coffee, a beverage that lives and changes and lets everyone from grower to consumer to step up and take a creative whack at it."
(한 잔의 커피가 만들어지기까지 최소한 서로 다른 7단계의 과정을 거쳤고 이 과정에서 세계적으로 2~4지역이 관련됐다. 커피원두는 병이나 박스에 담기지 않는다. 와인처럼 사서 바로 뚜껑을 열어 마실 수 있는 게 아니다.
커피는 다문화적이고 국제교역적이며, 가공과 추출을 거치는 과정에서 향미의 변화가 일어난다. 내가 커피에 점수를 매기고 향미를 묘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커피는 살아있고 늘 변하며, 재배자에서 소비자까지 누구나 매 순간 창조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음료이다.)
커피를 맛보지 않고 단지 브랜드가 유명하다고 해서 구입하는 행위를 경계하라.
명성 있는 어느 커피회사의 특정 브랜드는 이름이 같을지라도 해마다 품질이 다를 수 있다.
같은 상품명이라도 블렌딩의 조성이 달라지기도 하고, 당신이 좋아한 바로 그 브랜드를 만들었던 사람이 올해는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을 수도 있다. 원두를 수출하고 수입하는 과정에서 겪은 기후도 작년과 같지 않다.
소매상이 올해는 관리를 잘못해 향미를 망쳤을 수도 있다. 그리고 소비자인 당신도 보관을 잘 못하거나 추출을 제대로 하지 않고, 또는 헤즐넛시럽과 같은 것을 커피에 넣어 마시게 함으로써 맛없는 커피를 자초할 수도 있다.
케네스 데이비즈는 이렇게 커피의 등급을 매기는 당위성을 조목조목 말하면서도, 그 행위는 커피 풍미를 서로 말하는 물꼬를 트는 데 있음을 분명하게 밝혔다.
“ Everything that appears on this site is merely a starting point
for experiment and dialogue, no more."
(커피리뷰닷컴을 통해 진행하는 커피점수화는 단지 좋은 커피에
대해 대중이 말하고 추구하는 시작점일 뿐 그 이상도 아니다.)
출처 ; 커피데일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