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늑대소년>

예전에 한 지인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였다. 다인실(多人室)을 이용하고 있었는데 옆에 한 환자는 긴 호스를 이용해서 목에 있는 가래를 수시로 뽑아내야 하는 사람이었다. 그 옆에 있는 다른 환자의 보호자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저런 더러운 사람’과 함께 이곳을 사용할 수 없다며 저 환자를 다른 곳으로 보내달라고 큰 소리로 그 환자와 보호자가 들리게 외쳤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얼마 전 한 여성이 맹인견을 데리고 화장실에 들어오자 더럽게 개가 화장실에 들어왔다며 옆에 한 여성이 그 여자에게 핀잔을 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여성은 자신이 맹인이라 자신을 안내해주기 위해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핀잔을 준 여성이 그건 ‘그쪽사정’이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는 마지막 12월에 <늑대소년>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내용인 즉 폐병환자로 요양 차 시골로 내려 온 주인공 여자아이는 전쟁에 투입할 목적으로 실험용으로 사육되어 온 늑대소년을 만난다. 그리고 늑대소년은 여자아이를 통해 공격적이고 본능적인 모습에서 점차 한 인간으로 변해간다는 내용이다.

영화 <늑대소년>이 재미를 주는 요소는 단순히 잘 생긴 배우들이 등장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영화의 도입부분을 보면 주인공 여자아이는 폐병이라는 질환 때문에 자살까지 생각하는 우울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다 늑대소년을 만나고 그와 다양한 것들을 즐기고 나누면서 자신의 삶에 대한 의지가 점차 긍정적으로 변화한다. 얼핏 보면 여자아이가 늑대소년을 한 인간으로 만들어 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수혜자는 늑대소년만이 아닌 여자아이 자신도 포함된다.

두 번째로 늑대소년과 오랜동안 헤어지고나서 할머니가 되어 나타났을 때 주인공 여자의 대사가 인상깊다. “그동안 난 맛있는 것도 먹고 놀기도 잘 놀고 다른 남자 만나서 결혼해서 애도 낳았어” 인생의 황혼의 나이에 와서 자기 고백적 언어는 인상깊다. 맛있는 것, 잘 놀고, 다른 남자 만나서 결혼한 것이 미안하게 느껴지는 것은 ‘늑대소년’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좀 더 나은 환경만을 의식하고 추구했다면, 맛있는 것도 별로 맛있게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세 번째로 의식을 넘어 행동으로 실천하는 모습이다. 여자 주인공은 ‘늑대소년’이 자신의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남겨주기 위해 몇 배가 오른 자신의 집을 처분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충분히 먹고, 놀았다면 남은 것들은 다른 사람을 위해 남겨 놓는 배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익이 되고 합리적인 것이라면 늘 우리는 ‘사고’, ‘판다.’ 사고 파는 것에 익숙한 우리에게 그래서 주인공 여자의 거두절미한 말 한마디 ‘안 팔아요’의 외침은 우리의 기억에 오래 남는다.

마지막으로 <늑대소년>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갖는 다면 주변에 ‘늑대소년’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것과 그들에게 우리가 베푸는 것이 ‘자선’이 아닌 ‘자신을 위한 것’임을 얘기하고 있다.

추운 겨울이다. 갈수록 ‘그쪽사정’이라는 말이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는 세상이다. 남을 의식하고 배려하는 것은 ‘자선’이 아닌 ‘자신을 위한 것’임을 잊지 않는 연말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연말이 새해를 보다 행복하게 열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