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세계를 파괴해야만 얻을 수 있는 사랑.

그런 사랑이 있다면 당신은 자신이 구축해온 세계를 파괴하고 사랑을 선택할 수 있을까. 그 물음을 던지는 뮤지컬이 있다.

<노트르담 드 파리>

얼마 전 우연한 기회로 한국에 내한한 오리지널 투어팀이라 칭하는 배우들의 뮤지컬을 보았다. 명성에 걸맞게 출연진의 연기도 뛰어났 지만 무엇보다 빅토르 위고의 원작을 뮤지 컬의 장르에 맞게 표현한 연출도 인상적 이었 다.

이 이야기의 플롯을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와 그를 사랑하는 세 남자의 이야기나 성당의 종지기 꼽추 콰지모도와 에스메랄다의 안타까운 이야기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나 이번 공연에서는 무엇보다 신부 프롤로의 고뇌와 그를 비롯해서 파생되는 내용이 깊게 녹아 있다.

약혼녀를 배신하고 에스메랄다를 사랑하다 다시 에스메랄다를 버리고 약혼녀에게로 떠나는 근위대장 페뷔스와 혐오스러운 외모의 꼽추를 인간다운 한 사람으로 대해준 에스메랄다를 사랑하는 콰지모도, 그리고 성직자로서 여자를 사랑하고 만 신부 프롤로.

<노트르담 드 파리>의 비극의 시작은 에스메랄다를 사랑하지만 자기 세계를 파괴하지 않는 신부 프롤로에 있다. 성직자로서 신과의 맹세로 인해 에스메랄다를 선택할 수 없다고 괴로워하지만 그는 온갖 추악한 방법으로 에스메랄다를 괴롭힌다. 이미 신의 뜻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행동들이다.

중세의 신부는 절대적 권력자다. 결국 자신이 갖고 있는 기득권을 사랑보다 소중히 여기기에 신부 프롤로는 신부라는 직업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에스메랄다를 소유하려 한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자신의 욕망은 점점 불타오르며 제어할 수 없게 되자, 그녀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자기 기득권을, 신의 세계가 아닌 자신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

그럼 근위대장 페뷔스는 어떤가. 시쳇말로 자신의 약혼녀가 만약 자신에게로 돌아오지 않으면 사회생활하기 힘들거라는 말에 그는 다시 상류층의 약혼녀에게로 돌아간다. 자기 세계를 지키기 위해.

콰지모도는 얼핏 보면 지고지순한 사랑의 남자처럼 보이지만 결정적으로 에스메랄다의 죽음을 지켜보고만 있는, 실은 지독히 신부와의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도 역시 자신의 세계를 결국 깨뜨리지 못하고 후회와 회한만을 느끼는 인물.

이 뮤지컬의 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여성 한 명이 세 남자를 파멸로 이끄는 ‘팜므파탈’의 내용이 아니라, 오히려 남성 세 명은 한 여성을 죽음에 처하게 만들거나 그에 일조하거나 혹은 방관한 사람들로 등장하는 데 있다.

이성적 합리주의에 모든 것이 옳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낭만주의 작가 빅토르 위고가 전하고 싶었던 것은 어쩌면 ‘사랑’ 보다는 ‘열정’이 아니었을까. 우리는 지금 그 무엇에 대해 자신의 세계를 파괴할 만한 열정은 있는지, 아니면 계속 외면한 채 진정 하고픈 것을 하지 못하고 자신이 쌓아 놓은 세계만을 주어 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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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생각> was produced by Kim Jung W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