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발이 coffee＆ culture - 딸깍발이 생각 [2012년 1/2월 딸깍발이 생각]

고독이 주는 풍요로움

늘 해마다 찾아오는 새해이지만 2012년 여기저기 외로움과 고독함을 느끼며 힘들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결혼을 못했거나, 애인이 없어서, 또는 친한 동료나 친구가 없어서 외롭고 고독하다고 말하는 이들.

그런데 올 2012년은 외로움과 고독에 대한 혼동에서 벗어나 이 차이를 이해하고 고독을 즐기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외로움과 고독의 차이는 무엇일까. 쉽게 말해 위에서 열거한 것들은 외로움이지 고독한 전체 영역이 아니다. 외로움은 고독의 작은 한 부분일 뿐이다.

<고독의 위로>의 저자 앤서니 스토는 인생의 의미를 오로지 인간관계에 달려있다고 주장하는 맹목적 ‘대상관계’ 추종자들을 거부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곳에서 어찌 인간관계가 중요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저자는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이외의 것도 중요하고 강조한다.

앤서니 스토는 외로움과 고독의 차이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인간관계 이외의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고독’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우리가 조금 더 깊게 생각해보면 외로움과 고독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외로움이란 ‘대상관계’에서 파생된 외부적 요인이라면 ‘고독’은 내적자아에서 느껴지는 그 무엇이다.

고독해지라고 강조한 사람은 앤서니 스트만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에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고독해지라고 권면하고 있다. 고독해 질 때 더욱 자신의 개성이 발현된다고 전한다. 릴케는 책에서 “사랑이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강도 높고도 심오한 고독인 것, 무엇보다 사랑한다는 것은 전혀 융합이나 헌신 그리고 상대방과 하나가 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사랑은 개인이 성숙하기 위한, 자기 안에서 무엇이 되기 위한, 하나의 세계가 되기 위한, 즉 상대방을 위해 자체로서 하나의 세계가 되기 위한 숭고한 동기이며, 사랑은 개인에게 주어지는 위대하고도 가혹한 요구”라고 전하고 있다.

우리가 느끼는 ‘고독’을 대부분 염세적이나 회의적으로 느끼는 것은 ‘외로움’과 ‘상대고독’을 ‘절대고독’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럼 상대고독과 절대고독은 어떻게 다른가. 둘 다 내면에 대한 인식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상대고독의 경우 외부적 세계에 대한 경험이 1차 적인 것으로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내면 세계를 찾아본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절대고독은 내적 자아에서 경험된 그 무엇이 1차적 경험이며 이를 통해 외부세계와 조우하여 ‘통합’이라는 것을 이룬다.

심리학자 융은 이 과정을 위해 ‘개인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통합’은 의식과 무의식의 융합을 의미하며, 꿈과 공상을 비롯해 무의식의 파생물로 나타내는 여러 가지 정신구조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개인화 과정’이다.

물론 고독이 무조건 긍정적 측면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고독 역시도 지나치게 편중하면 정신질환을 앓게 될 수도 있으며, 외부세계를 받아들이는 내재화(內在化, internalization)와도 구별되어야 한다.

그럼 고독이 주는 장점은 무엇일까. 무엇 때문에 우리는 고독해야 하는 것일까. 앤서니 스트만은 고독을 통해 가질 수 있는 것은 창조적인 힘, 대양을 느낄 수 있는 황홀함 등을 말하지만 무엇보다 서로 이해하고 이해받을 수 있는 힘의 원천이 고독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부자는 가난해 진 경험이 없다면 가난한 사람의 고통을 알 수 없으며, 가난한 사람 역시 부자들의 고통을 알 수 없다. 그러나 내적고독을 통한 상상이나 공상은 경험 없는 외적 대상을 형상화 하게 한다.

그를 통해 실제 하는 외부세계와 조우할 때 우리는 우리가 경험했던 세계에서만 의존하지 않고 상대를 바라볼 수 있다. 즉 누군가 한 번도 절대빈곤자의 처지를 경험해 본 적 없다고 치자 그런 사람들에 대해 자신이 상상력을 발휘하여 그들의 어려움을 그려보았다면, 그들을 만났을 때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고독은 외로움 자체가 아니라 외로움을 극복하고 세상을 좀 더 다양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또한 고독을 건강하게 받아들이면 혼자라는 것이 사람들로부터의 버림받은 것이 아니라 내가 내 자신을 좀 더 잘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그 무엇이 된다. 이제 ‘대상관계’에서 조금 자유로워져 나만의 고독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