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로 내몰리는 학생들

최근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요즘 대학생들이 등록금으로 인해 얼마나 고통을 받는지 연이어 보도하고 있다. 또 얼마 전에는 카이스트 학생들의 연이은 자살 사건이 일어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충격에 빠졌었다. 카이스트 학생들의 자살은 올 해만 있었던 것이 아니기에 자살 원인에 대해 다양한 이유가 나오고 있지만 현상학적으로 볼 때는 등록금 문제로 비추어지고 있다.

현상만 보면 카이스트 학생이나 일반 대학생이나 모두 '등록금'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언뜻 보기에는 카이스트 학생과 일반 대학생의 등록금 문제는 매우 다른 차이를 보인다. 카이스트 학생의 경우 전액 장학금이라는 출발선에서 시작하여 학점이 좋지 못할 경우 등록금을 내야한다. 일반 대학생들의 경우는 거의 모든 학생들이 등록금을 내야하며 그 가운데 성적 장학금이나 근로 장학금의 형식으로 소수의 학생들이 혜택을 보기도 하는 형식이다.

여기에는 장학금이라는 복잡한 문제도 얽혀있다. 먼저 카이스트 학생들이 가장 스트레스를 받아야만 했던 부분은 두 가지였을 것이다. 하나는 어렵게 공부하는 가운데 제대로 학점을 받지 못하면 등록금을 내야하는 '경제적 부담'이 그 하나 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카이스트의 두드러진 특징일 수 있는 '경제적 부담'이 곧 천재에서 밀려나 그 분야에서 다양한 기회를 얻지 못하는 등식이 그 하나일 것이다.

일반 대학생들의 경우는 지속적으로 올라가기만 하는 비싼 등록금을 어떠한 형식이든 간에 내야하는 '경제적 부담'이 있고, 다른 하나는 중도 포기할 경우 대학도 나오지 못한 사람으로 다양한 기회에서 밀려나는 등식이 그 하나일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상관관계가 없는 듯 하면서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물론 이 안에는 다양한 경우에 수가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도식적으로 보자면 첫 번째 부분인 대학 등록금의 경제적 부담은 카이스트 학생뿐 아니라 모든 대학생들의 고민거리이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는 제도가 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장학금은 가난한 학생들에게 주어야 하는 것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본래 장학금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을 독려하여 그 분야의 진보적 발전을 이루고 그 분야의 전문인을 양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 장학금은 본래의 성격인 성적 장학금과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주는 장학금, 학교의 행정일들을 도와주면서 받는 근로 장학금 등으로 나뉘어졌다.

 
 
 
 
가난한 학생에게 주는 장학금은 어찌 보면 가난한 학생도 균등한 교육의 제도의 영역에 들어가는 '기회'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 그 장학금을 받는 학생 역시 지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어느 일본의 교육학자는 "장학금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받는 게 당연한 것인데도 그것의 본질이 점점 흐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우리가 장학금에 매달리고 목을 매는 것, 과도한 학자금 융자를 받아서라도 대학을 졸업해야 하는 것 안에는 그 만큼 '기회의 균등'이 없기 때문이다. 장학금을 놓치면 등록금을 벌어야 하는 카이스트 학생이나 등록금을 낼 돈이 없어 융자에 파산까지 당하는 학생들이 목숨 걸고 졸업을 해야 하는 이유는 이들에게 '계층이동'의 기회를 얻기 위한 통로가 이것밖에 없다는 것이다. 카이스트 학생들의 경우는 어려서부터 공부만 했던 이들이라 그들이 속한 학문이외에 사회적으로 다른 진출 기회가 쉽지 않다.

카이스트 학생과 일반 대학생들은 등록금이라는 '경제적' 부분에서 만나 교묘하게 '기회의 양극화' 현상을 함께 경험한다.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여 있는 곳에도 기회의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카이스트 안에서도 기회를 잃어버렸을 때 그 기회를 놓치면 다시 일어설 수 없는 절박한 학생들이 존재한다.

현대 사회의 대학 졸업장은 과거와 많이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과거에는 대학 졸업장만 있으면 입신양명(立身揚名)할 수 있었다. 그것은 '대학'이라는 한정된 '영역' 자체가 출세를 보장해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영역'에서 '개인'으로 흘러가 한 개인의 출세는 지속적인 자본과 시간의 투입에 의해 결정된다.

어찌 보면 등록금을 기본적으로 내야하는 일반 대학생들과 등록금이 기본적으로 내지 않아도 되는 카이스트 학생들의 출발 사이에는 뭔가 다른 차이가 있어 보이지만 그 차이는 '영역'에서 '개인'으로 밀려 나간다는 공식을 통해 좁혀지며, 지속적인 자본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공통점에서 다시 만난다.

지속적인 자본과 시간을 제공받지 못하고 그 받지 못함이 기회의 불균형으로 이어진다면 대학생들의 상대적 박탈감들은 더 커질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사회의 이면을, 자신의 존재적 가치를, 우리 이웃을 성찰할 시간도 없이 오직 등록금을 내기 위해 내달려야 하는 학생들의 현실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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