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꿈의 '목록화'를 바라보며...
새해가 밝았다. 새해에는 다양한 목표들을 세우기 분주하다. 어떤 이들은 직장에 대한 목표를 위해, 어떤 이들은 학업을 위해, 어떤 이들은 복근의 식스팩 만들기 등 각자의 새해 목표를 세웠을 것이다. 이런 일반화된 목표도 있지만 남에게 말하지 못한 자신만의 은밀한 목표들도 있을 것이다.
남에게 말하지 못하는 그 무엇은 뭘까. 왜 우리는 남에게 말하지 못하는 것이 생기는 걸까. 조금 거시적으로 본다면 사회학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다.
한 예를 들어보자. 얼마 전 남자들의 동성애를 한 방송사에서 드라마로 다룬 적이 있었다.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는 드라마에 이런 소재를 다룬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다른 이들은 동성애를 미화했다는 의견으로 분분했다.
혹 누군가는 올 해 커밍아웃(coming-out)을 목표로 삼았을지 모른다.
가족들이 함께 이것을 보는 것이 옳고 그르냐의 문제 보다는 사회적 능력이 뛰어난 두 남자를 동성애의 주인공으로 삼은 것이 우려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왜냐하면 동성애자들 중에는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에서의 주인공처럼 뚱뚱하고 못생긴 사람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우리는 트렌스젠더(transgender)에 대해 대부분 '여자'들보다 더 이쁜 '여자'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는 이쁜 사람이 트렌스젠더라 하면 이해가 되도 못생긴 사람이 그러면 이해할 수 없다는 사람들도 있다. 정말 그런가. 트렌스젠더 중에는 못생긴 사람도 존재하고 이쁜 사람도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왜 그렇게 인식하는가.
이에 대해 미셀 푸코 (Michel Foucault)는 '권력'의 작용을 제시한다. 그의 의견에 따르면 우리는 하나의 '목록화'된 인식자에 불과하다. '권력의 이동'의 논리로 보자면 현재 동성애자는 성의 정체성이라는 남녀 구분의 질서를 무질서하게 만들어 놓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동성애나 트렌스젠더는 하나의 또 다른 '목록화'를 위해 진행 중인 것이다.
그 '목록화' 과정은 권력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하는데 트렌스젠더의 경우 현재의 '목록화'는 이쁘게 생긴 남자가 여자가 될 때 그들을 인정해 주는 경향이 있다. 가끔 시쳇말로 '여자'보다 이쁜 '여자' 트렌스젠더가 TV에 나오면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삶을 안타까워하거나 공감 한다. 이 때 못생기고 근육이 넘치는 트렌스젠더는 '목록화'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받게 된다.
동성애자나 트렌스젠더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못생기고 근육이 넘치는 트렌스젠더도 언젠가는 '목록화'에 들어갈 수 있다. 그것은 '권력'이 이동하기 때문인데 이 때 권력은 모든 인간적 활동을 분류하고, 명명하고, 표준화하여 공공의 문화재로 지의 목록에 등록하려한다. 바꾸어 말하면 분류나, 명명, 표준화 등의 '목록화'에 실패하면 그것은 권력으로의 기능을 갖출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바로 우리가 '낙인'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즉 편견이나 사회적 차가운 시선을 벗어났을 때 또 다른 권력에 의해 조정당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 그럼 권력이 관여하지 않는 영역이 있는가. 푸코에 의하면 없다.
그러나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권력의 존재에 대한 좋고 나쁨이 아니다. 옭고 그름도 아니다. 권력은 늘 존재하고 이동하니까. 중요한 것은 우리가 권력에 의해 '목록화'되었을 때 진정 그 '목록화'가 우리가 원했던 분류였는가, 명명이었는가 하는 것이다.
혹자는 사회적 '낙인'에 대해 벗어난 것만으로 기뻐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을 공공화하는 것, 즉 '기호(signe)'화 하여 그 '기호'를 공유하는 마니아들을 조직화하는 것은 권력의 또 다른 기능이다.
모든 문화현상을 '기호'로 설명한 롤랑 바르트와 언어학자 소쉬르는 '기호'의 본질을 대중들이 제대로 깨닫기 바란다. 우리가 알고 있는 '기호'는 대부분은 징후(indice)이거나 상징(symbole)이다. 하품과 졸림의 관계는 징후이며, 화장실에서 볼 수 있는 정장의 검은 양복의 사람은 남자, 스커트는 여자라는 관계가 상징이다.
그럼 기호는 무엇인가. 흔히 장기를 둘 때 어르신들이 졸이 없을 경우 주변에 있는 졸하고 전혀 관계없는 바둑알을 졸로 칭하고 둘 때가 있다. 이렇듯 '기호'는 '징후'가 없는 그래서 어느 시점에 바둑알을 그대로 졸로 쓰면서 몇 십 년 혹은 몇 백 년이 지났을 때 우리는 그것이 '기호'로서 쓰인 것이 아닌 본래 그렇게 쓰였던 것으로 혼동하기 쉽다.
처음으로 돌아가 우리가 올 해 소망하는 목표들은, 우리가 원하고 바라는 것들은,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인가 아니면 이미 '기호'화 되어 있는 것에 편승되어 선택하는 자유처럼 보이지만 '기호' 안에 갇혀 있는 그 무엇인가 생각해보아야 한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성의 정체성이 매우 복잡(complexity)한데 비해 자신을 동성애자나, 트렌스젠더 등으로 분류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하기도 한다. 커밍아웃(come out of closet)의 유래된 뜻은 '벽장 속에서 나오다'이다. 우리가 2011년 꿈꾸는 것들이 막상 벽장 속을 뚫고 나와 보니 또 하나의 구조화된 속박은 아닌지, 내가 원하는 것이 남들이 원하는 것인지, 혹 권력의 '목록화'에 기인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하면서 올 한 해를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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