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저씨>

"나를 거지라고 부르는 뚱땡이 녀석들보다 아저씨가 더 나빠요."

소미는 자신을 놀리는 녀석보다 아무 짓도 하지 않은 아저씨 원빈이 더 나쁘다고 한다. 혹자가 영화 '아저씨'를 내용과 구성면에서 영화 '테이큰'과 비슷하다면서 액션이 끝내준다는 표현을 했다. 굳이 비교하자면 액션면에서 그러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영화 ‘아저씨’는 가부장적 가족 이데올르기에 얽매여 있는 '테이큰'과 다르다.

영화 "아저씨"의 스토리 구성은 비교적 간단하다. 한 납치당한 소녀를 아저씨가 구한다는 것이다. '테이큰'의 경우 납치당한 딸을 아버지가 구한다. '테이큰'의 경우 아버지가 딸을 구한다는 것인데 아버지가 딸을 위해 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하지만 영화 '아저씨'는 처음부터 아버지가 아닌 남이, 굳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소녀를 구해야 하는가에 대해 집착해 들어간다. 전직 특수부대 국가 비밀요원으로 있었던 원빈은 자신의 적들에게 아내와 아내의 배 속에 있는 아이를 잃어버리고 만다.

주인공 원빈은 절망의 나락으로 빠져드는 자신을 어두운 전당포에 맡기고 외부와의 소통을 단절한 체 살아간다. 그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있다면 오직 납치된 소녀 소미뿐이다.

마약을 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라는 소미에게 아버지는 없다.

'테이큰'에서처럼 애초에 그를 구해줄 만한 아버지는 소미에게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소미가 자신을 놀리는 아이들보다 아저씨가 더 나쁘다고 말한 이유는 물건을 훔쳤다고 의심받는 장면에서 자신을 보호해줄 거라고 믿었던 원빈이 모른 척했기 때문이다.

소미는 눈물을 흘리며 원빈에게 말한다. 그러나 아저씨를 미워하지 않는다고, 그러면 내 주의에 아무도 없다고. 원빈이 납치된 소미를 구해야만 했던 것은 이 말의 울림 때문만이 아니다. 감독은 원빈이 소미를 구해야 하는 당위에 대해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연결시킨다.

생명이 있는데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태아를 연결시킴으로 아이의 실체를 보지 못한 아버지를 만들고 그 '군'들은 어떤 형태의 아이일지 모르지만 누구든 아이들의 잠재적 '아빠'가 될 수 있음을 연상하게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