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가 고층빌딩 난간에서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다. 그녀는 아래를 처다 보며 발길을 난간 밖으로 조금 더 움직인다. 그리고 밑으로 추락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운동을 하던 사람, 일을 하던 사람, 지나가던 사람 등이 그 자살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윽고 사이렌이 울리고 죽은 시체가 처리되자 사람들은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그 여자의 죽음을 서둘러 잊어버린 채 제자리 찾아 사라진다. 여기까지가 영화 '하녀'의 오프닝 시퀀스다.

그리고 그 장소에 함께 있었던 은이(전도연)는 이혼 후 친구와 함께 식당일을 하면서 나름대로 자신의 삶을 충실히 꾸려 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유아교육과를 다닌 이력으로 상류층 대저택에 이력서를 넣었던 것이 통과되면서 그녀는 그 집의 하녀로 들어간다.

은이는 조그마한 아파트도 한 채 있고,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소위 부양할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빈곤층도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나 그녀는 스스로 상류층의 하녀로 들어간다. 그리고 집안일을 총괄하는 나이든 ‘병식(윤여정)’ 역시 아들이 검사이지만 그 집의 하녀 역할을 지속한다.

여기서 은이와 병식의 공통점이 발견되는데 스스로 하녀가 되었다는 점이다. 상류층의 대저택에서 그들은 상류층이 먹다 남은 것을 먹지만 그것들은 일반사람들이 먹을 수 없는 고급스러운 것들이다. 둘은 굳이 고급스러운 것들의 잔여물을 취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쉽게 그곳에서 나오지 못한다.

은이는 쌍둥이를 임신 중인 해라(서우)를 외면한 채 주인집 남자 훈(이정재)과 정사를 나누며, 그와의 사이에서 임신을 한다. 해라의 엄마의 집요하고 혹독한 압력 속에서도 은이는 결국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다.

병식은 상류층 집에서 오랫동안 일한 탓일까. 자신도 상류층의 일부가 된 것처럼 행동한다. 은이는 병원에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다시 상류층의 집으로 들어간다. 그녀 역시 상류층 일원의 욕심을 조심스레 꿈꾸지 않았을까.

둘의 상상이 깨지는 날. 상류층의 일부처럼 살기 위해 비인간적인 행동을 해야 했던 병식이나 아이를 가지고 그곳을 먼저 떠나지 못한 은이의 상상이 깨지는 날. 둘은 새로운 결심을 하고 만다. 아이를 강제로 낙태 당했던 은이는 훈과 해라가 보는 앞에서 분신자살을 한다. 그리고 병식은 그 집을 떠나는 길을 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