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혜영<통조림 공장>
2010 제34회 이상문학상의 대상은 박민규의 '아침의 문'으로 돌아갔다. 작품성에 대해서는 별 이견이 없으나 그가 지금까지 써 왔던 '누런 강 배 한 척'이나 '근처' 등을 볼 때 그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감이 있어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이상문학상의 대상 이외에 우수상 수상작 중 눈에 띄는 작품이 있다. 편혜영의 통조림이다.
한 통조림 공장에서 공장장의 실종사건이 발생된다. 공장장의 이어지는 결근으로 인해 공장사람들은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임을 짐작하지만 아무도 그의 실종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다.
공장장이 결근하기 전날 함께 있었던 박은 늦은 밤에 공장장과 함께 T국에서 연수 중인 공장장 딸에게 보낼 통조림을 만들었다고 진술했다.
공장장은 딸을 가족과 함께 외국으로 보낸 후 그들을 위해 박을 데리고 가족들이 먹을 각종 음식들을 밀봉하여 보냈던 것이다. 담당 형사가 외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해보았으나 부인의 반응은 매우 무관심했다.
공장사람들은 밀봉된 통조림을 점심에 밥과 함께 먹는다. 고등어 통조림과 꽁치 통조림이 질릴듯하면 얼른 후식으로 감귤 통조림을 따서 먹으면 그만이다. 또한 그들이 생산한 통조림이 팔리지 않을 경우 월급의 일부로 집으로 가져간다.
수요에 따라 공급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기계설비로 인해 매일 늘어나는 공급이 그들의 생활을 움직이는 것이다. 그에 따라 공장사람들은 매일 같은 음식을 먹는다. 매일 같은 음식을 먹지만 밀봉하고 싶은 것은 공장사람 개인 마다 모두 다르다.
직원들은 누구나 몰래 통조림에 무언가를 담아 밀봉해본 경험이 있다. 꽁치통조림에 반지를 넣어 여자친구에게 선물한 직원이나 생애 처음 장만한 집문서를 넣고 밀봉한 직원 등. 하지만 아무도 자신들의 밀봉한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은 없다. 공장장이 실종되었지만 박이 공장장 대신에 공장장을 맡게 되고, 공장은 예전에 그랬듯이 계속 통조림을 찍어낸다.
우리가 밀봉하고 싶어 하는 것들은 물리적인 것만이 아닐 것이다. 가족에게 소외되고 타인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공장장은 실종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 자체를 밀봉하였을지 모른다.
소설 마지막 부분에서 박은 공장장이 가지고 있었던 통조림을 개봉하여 다시 밀봉시켜주려 한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삶의 쳇바퀴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밀봉이 아닌 우리의 감쳐진 것들을 함께 나누고, 이야기 하고 싶은 '개봉'에 있을지 모른다.
오늘 누군가 입을 닫고, 마음을 닫은 사람이 있다면, 그들의 밀봉된 통조림을 '개봉'해 주고 보듬어주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더 이상 제2의 공장장이 실종되지 않게.
2010년 제34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딸깍발이 생각>는 Cafe딸깍발이의 지적 자산이므로 상업적 용도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딸깍발이 생각> was produced by Kim Jung Woo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