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 가 대 표 >>

최근 스포츠 영화의 인기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스포츠 영화 속에서 항상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국가대표'다 스포츠 인에게 있어 가장 큰 기쁨과 영광 중에 하나는 자신의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의 발탁에 있다. 금메달을 딴 후 다른 나라 사람들이 가득한 가운데 태극기가 울려 퍼지는 장면에서 골드메달리스트들은 모두들 눈물을 흘리거나 감격에 겨워한다.

그런데 조금 색다른 '국가대표'들이 있다. 영화 <국가대표>들의 '국가대표'들이다. 총 4명의 출전선수들과 예비선수 1명이 출전하는, 이름도 생소하고 비인기종목인 '스키점프' 선수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국가대표>가 기존 스포츠 영화들에 비해 조금 색다르고 재미있는 것은 올림픽 메달을 향한 집념과 노력의 방향이 다르다는 것이다. '우생순'이나 '킹콩을 들다' 등의 기존 스포츠 영화들이 메달을 따기 위한 노력의 원천은 형이상학적인 목적들이 내포되어 있다.

가령 '우생순'은 자신의 정체성을 얻기 위해, '킹콩을 들다'는 자신의 스승을 위해 도전하는 모습들이 그려져 있는데 결국 이러한 것들의 최종점은 '대의'적 목표로 귀결된다. 자신의 정체성도 올림픽 메달이라는 타자화된 공적 영역의 힘을 빌려 이루려하고, '킹콩을 들다'에서도 선생님의 가르침에 대한 보답의 차원이 깔려있다. 또 다른 하나는 이 두 영화 모두 '국가대표'라는 것이 위에서 언급한 형이상학적인 목적들을 이루어줄 수 있는 '신성한 그 무엇'으로 규정하고 시작한다.

하지만 영화 <국가대표>는 이러한 규정 자체를 비웃는 듯 '국가대표' 라는 것이 무엇인지 시종일간 물음을 우리에게 던진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은 동계올림픽의 한국 유치를 위해 정치적 목적으로 단기간에 결성된 '스키점프' 대표팀의 구성은 얼릴 적 미국에 입양된 후 엄마를 찾기 위해 한국에 온 밥(하정우)과 나이트 클럽 웨이터 양아치 흥철(김동욱) 그리고 늘 아버지의 권위 밑에 눌려 지내는 재복(최재환), 할머니와 동생을 돌봐야 하는 소년 가장 칠구(김지석), 그런 형을 사랑하는 4차원 동생 봉구(이재응)다.

일반적인 인기 종목 스포츠였다면 '국가대표' 자체만으로 큰 영광이겠지만 이들에게 국가대표는 철저한 자신의 개인적 목적, 그것도 형이하학적인 물질적인 것(어머니에게 아파트를 사주기 위해)이나 군대 면제를 위한 지극히 현실적인 것들에 국한되어 있다.

오합지졸 이들이 결국에는 오버스트도르프 월드컵 국제 대회에 나가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다. 하지만 그들은 무주,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급조된 팀으로 그해 무주,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하자 그들은 '대의'목적이 사라진 이유로 곧 해체위기에 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