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졸간 3명의 아버지를 둔 딸의 마음은 어떨까? 그것도 생물학적인, 사회학적으로 분류되기 어려운 아버지라면. 여기에 영화 맘마미아의 재미가 있다. 뮤지컬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맘마미아는 그 뮤지컬에 충실하면서도 영화적 요소를 가미해 대중들 앞에 섰다.

그리스 작은 섬에 살고 있는 딸 소피는 작은 호텔을 혼자 운영하는 엄마 도나 모르게 엄마의 옛날 남자 친구 3명을 초대한다. 샘, 해리, 빌. 소피가 이들을 불러들인 이유는 얼마 후 있을 자신의 결혼식을 앞두고 자신의 아버지를 찾기 위해서다. 도나의 일기장을 훔쳐본 소피는 샘, 해리, 빌이라는 3명의 남자가 자신의 아버지일 수도 있다는 추정 끝에 모두를 초대한 것이다.

영화 맘마미아는 이러한 과정에서 뮤지컬이 갖는 라이브의 생생함을 보충하기 위해 서사적 스토리의 개연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뮤지컬 맘마미아가 노래 안에 서사라면 영화는 서사 안에 노래라는 한계성을 벗지 못한다.

그러나 뮤지컬이 주는 무대의 한계성을 영화 맘마미아는 유감없이 뛰어넘으며 영화의 스케일을 보여준다. 가령 ‘Dancing Queen’ 장면에서는 누구나 댄싱퀸이었거나 댄싱퀸이 될 수 있다는 가사답게 영화에서는 주부, 할머니, 동네아줌마, 아기엄마 등 수많은 사람들이 뛰어나와 누구나의 대상을 더욱 확실히 보여준다.

이 외에 영화 맘마미아에 주목해야 할 점은 The Winner Takes It All, Honey Honey 등 유명한 노래의 전달 이외에 여성의 존재적 가치와 의미의 발견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딸을 가진 도나는 가족들의 멸시를 피해 섬에 들어와 아이를 혼자 키우며 살아간다.

도나는 과거 시대의 가부장적 남성중심 사회에 기대어 살지 않고 자신 스스로가 인생을 개척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 혼자 스스로 살아가기 어려운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현대사회의 여성의 위치를 깨달게 한다.

도나의 딸 소피는 엄마가 그저 젊은 날의 실수로 자신을 낳았다고 생각하지만 후에 엄마가 자신 하나를 키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섬으로 들어온 이야기를 알게 되고는 진정한 여성의 삶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아버지의 딸, 사회적 구조 안에서의 딸이라는 존재적 가치를 재해석하게 만드는 맘마미아는 결국 아버지의 딸에서 벗어나 여성 자신으로서의 자신을 인정하기 때문에 누가 3명 중 누가 아버지인지 찾아내려하지 않고 3명의 남자를 모두 아버지로 받아들인다.

이 모습은 여성이 여성 스스로의 모습을 찾는데 있어서 생물학적 또는 사회학적 요소가 중요하지 않는다는 장면으로 혈연간의 아버지가 아닌 여성인 어머니의 관계 속 인물로서 아버지를 인정한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로 예상되는 3명을 몰래 불러들인 것을 알고 맘이 상한 남자친구와의 대화 속에서 소피는 결혼 전에 나를 찾기 위해 아버지를 만나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하지만 남자친구는 자신을 찾는 것은 아버지나 계대(繼代) 속이 아닌 자신 속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과정 끝에 소피는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좀 더 찾아보겠다며, 당장 결혼을 하지 않고 남자친구와 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해보겠다고 선언한다. 제도 속에서 자신을 찾기 보다는 자신 속에서 자신을 찾아보려는 시도로 영화 맘마미아는 끝을 맺는다.

자신의 정체성은 생물학적 요소도 사회학적 요소도 절대적 일 수 없다는 내용을 음악의 선율에 강하게 전하는 맘마미아는 ‘대사’보다도 더욱 강렬하게 우리의 가슴에 남아있다. 메릴 스트립(도나), 피어스 브로스넌(샘 카마이클), 콜린 퍼스(해리 브라이트), 스텔란 스카스가드(빌) 등 유명하고 화려한 배우들의 출연으로 영화 맘마미아는 한껏 흥을 더하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관객과 직접 호흡하며 보여주는 전율은 역시 뮤지컬 맘마미아 만의 매력이기도 하다.

                                                                      감독 필리다 로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