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코엔형제가 만든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단순한 흥미 위주의 영화를 넘어 현대 미국사회 현실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어 그 재미를 더 하고 있다.

처음 오프닝 시퀀스(sequence)의 나래이션에서 나오는 말을 들어보면, 보안관 벨의 선조들은 총이 있으되 총알을 넣지 않았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인디언 땅에서 총으로 아메리카를 정복한 미국인들에게 총은 매우 필요하지만 겉으로 보여주기 싫은 치부 같은 존재다.

그러나 현대 미국사회의 총은 개인의 신변을 위한 ‘보호적 수단’이 아닌 실제 장전하여 누군가를 공격하고 목숨을 빼앗아 가는 ‘가학적 기능’의 총으로만 남게 되었다. 현재 미국 대학이나 심지어 고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은 종종 우리를 놀라 게 만드는 것이 그것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사막에서 영양을 쫓던 모스라는 사내에 의해 사건이 전개된다. 모스는 사막 한 가운데서 처참하게 죽은 시신과 마약, 현금 200만 달러를 발견하고는 물을 찾는 유일한 생존자를 외면한 채 현금을 챙겨 그곳을 빠져나간다.

그러나 자신의 양심에 가책을 느껴 모스는 생존자에게 물을 들고 찾아가지만 그 사람은 이미 총격으로 살해당한다. 모스도 돈을 찾기 위한 킬러에 의해 쫓고 쫓기며, 결국 살해당한다.

그 가운데 노년 보안관 벨은 영화가 진행하는 가운데 여러 가지 팁(TIP)을 제시하만 젊은 보안관이나 주변 사람들이 그의 말에 크게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면서 보안관은 퇴직의 길을 걷는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중의적 표현은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자본주의 현대사회에서 자본에 집중된 또는 자본으로 물화된 주변 것들에만 치중한 나머지 선대의 또는 과거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현대문명을 지적하고 있다.

적어도 모스라는 사내가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보안관 팁을 만나러 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라는 아쉬움은 우리 가슴 속에 여전히 남는다.

이제 현대 사회는 총이라는 진화된 물건(영화 속에서도 다양하게 진화된 총의 종류들을 발견하게 된다.)에 의해 수단에 대한 당위성은 사라지고 목적에 대한 합리성만 자리 잡게 되었다.

과거의 사람들이 실수와 잘못을 통해 얻은 교훈들은 이제 젊은 사람들에게 아무런 효용가치가 없으며, 아무도 노인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선대의 지루한 이야기를 듣기 보다는 총이 자신의 생각과 의지를 더 빠르게 실천해주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는 목적 자체가 과정의 합리성까지도 이해시켜주는 사회로 변해가고 있으며, 목적에 도달하지 못한 젊은이들은 과정 자체를 뒤돌아보지 않고 방아쇠를 당기고 있다. 바로 방어적 수단의 총에서 공격적 수단의 총으로 변화한 것이다.

이미 누구를 죽이고 상처 주는데 있어 당위성이 필요한 시대는 점점 멀어져 가고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노인의 이야기를 귀 기울이고 노인의 경험을 인정해 주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개인의 총기 휴대가 법적으로 인정되고 있지 않아 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들이 미국처럼 보고되고 있지 않지만 경찰이나 군에서 또는 러시아를 통해 총기를 탈취하거나 밀매한 이들에 의해 일어난 사건들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버지니아공대 총기 사건의 주범은 조승희 라는 한인이었다.

바로 문화적 주변환경이 그를 살인범으로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주변에 쉽게 구할 수 있는 총이 있고 내가 누군가에게 위협이 아닌 모욕을 느꼈다면, 그 정도에서도 총의 방아쇠를 당기기 충분하다.

총의 사용에 대한 방어적 수단의 기능을 설명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애초에 아무런 이유 없이 미국이라는 땅을 만들기 위해 인디언들에게 마구 총을 쏟아놓은 선대의 노인들에게 이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처음부터 존재할 수 없는 나라였는지도 모른다.

                                                       감독 : 에단 코엔, 조엘 코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