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바람도 피우며 아내의 속을 태웠던 남자, 자신이 믿었던 회사에서 쫓겨나듯 퇴직한 남자. 더 이상 아버지의 역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자식들과 치매에 걸린 아내 둔 남자. 이 남자에게 강은 그저 누렇고 질척할 뿐이다. 그런 누런 강에 배는 한 척뿐이니 남자는 자살을 결심한다.
남자는 견디기 힘든 것이 치매에 걸린 아내 때문도 아니며, 자식에게서 받는 소외감이나 배신감도 아니라고 한다. 다만 이제 인생에 대해 더 이상 궁금할 것이 없다는 이유로 노년의 아내와 동반 자살을 결심한다. 마지막으로 남자는 아내와 행복한 기억을 만들기 위해 여행을 결심하고는 한 호텔에 투숙한다.
호텔에서 우연히 만난 성적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젊은 남자 마사지사에게 남자와 아내는 마사지를 받는다. 먼저 마사지를 받은 남자는 치매의 걸린 노년의 아내가 남자 마사지사를 통해 성적 흥분을 느끼는 것을 확인한다. 자살을 결심했던 남자 주인공은 맥주를 마시며, “냉장고에는 아직 한 캔의 맥주가 남아 있다”고 말하면서 소설의 결말을 이룬다.
남자가 캔 맥주 하나에 죽음을 보류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박민규 소설 <누런 강 배 한 척>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성적 판단에 대해 좀 더 고민해 보길 권하고 있다. 이성적 만능주의 대로라면 이성적 기능을 잃어버린 아내와 누런 강에서 사회적 기능을 잃어버린 남자는 죽음을 택해도 무방해 보인다.
그러나 삶의 기쁨이나, 쾌(快)가 이성적 판단이 아닌 우리가 알지 못하는 내밀한 곳에 숨겨져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소설은 말해주고 있다. 때문에 아직 우리는 그 무엇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하기보다는, 마지막 한 캔의 맥주를 비우기 전까지 우리의 생각에 대해 다시 한 번 곱씹어 보길 소설은 전하고 있다. 누런 강에도 배는 떠다니기 때문이다. 박민규 소설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진화심리학적으로 접근해도 다양한 해석을 얻을 수 있다.
해토 / 314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