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우리는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저 평범한 자신의 삶이 초라하거나 의미 없는 삶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 그런 우리에게 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는 평범한 삶이 무엇인지, 특별한 삶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둘의 경계는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 스즈메(우에노 주리)의 일과는 매일 거북이에게 먹이를 주는 것과 먹이를 주었는지 확인하는 남편과의 통화가 전부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이 매일매일 똑같은 그녀에게 삶은 거북이처럼 느릿느릿한 것뿐이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지만 버스마저도 그녀의 존재를 무시하는 지 그냥 지나친다. 공중화장실에서 거울을 바라보고 있어도 새로 들어온 사람이 그녀를 툭 밀어버리고 거울을 차지한다.

자신의 존재감마저 잃어버린 평범한 삶을 자신의 고등학교 단짝 친구인 쿠자쿠(아오이 유우)와 비교하자 더욱 자신의 삶에 대한 무력감이 밀려올 뿐이다. 쿠자쿠는 모든지 자신감을 갖고 무슨 일이든 톡톡 튀는 일을 즐겨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던 어느 날 스즈메는 우연히 계단에서 굴러 내려오는 사과를 피하려다 손가락 한 마디 조차 되지 않는 지극히 작은 스티커를 발견한다. 너무나 눈에 띄지 않아 발견할 수조차 없는 그 스티커에는 스파이 모집이라는 작은 글씨와 전화번호가 적혀 있다.

자신의 평범한 삶에 너무나 싫증났던 스즈메는 스티커 속 스파이가 사는 곳을 찾아가고 스파이가 된다는 조건으로 500만 엔까지 받는다. 스파이가 된 스즈메에게 내려진 가장 중요한 임무는 눈에 띄지 않게 사는 ‘평범한 삶’이다. 스즈메는 되도록 평범한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데 그 평범한 삶은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특별하게 보이면 안 되는 어떤 스파이는 자신의 존재를 감추기 위해 맛있는 라면을 끓일 수 있음에도 어중간한 맛의 라면을 끓으면 ‘라멘’가게를 운영한다.

자신은 특별하거나 특별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렇지 못할 때 자신의 초라함을 느끼는 현대인들. 하지만 영화는 평범함이 자신에게 있어 가장 특별함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는 스파이들을 통해 우리에게 평범함과 특별함의 경계를 생각하게 만든다. 

결국 특별함과 평범함은 남에게 보여주는 주체의 행동적 움직임이 아니라 마음의 컨트롤이다. 스파이들은 마지막 임무를 부여받고 모두 지하비밀 통로로 향해 가지만 상부의 명령이라며 스즈메는 그냥 평범한 본래의 생활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스즈메는 자신이 받은 500만 엔을 스파이들에게 다시 돌려준다. 그 후 스즈메는 우연히 가는 길에 물에 빠진 첫 사랑의 남자 아이를 발견하고 구출해 주며, 그 상금으로 500만 엔을 받는다. 특별한 삶을 살기 때문에 받은 500만 엔은 평범한 삶으로 돌아온 후에도 그대로 냉장고 속에 남게 된다. 쿠자쿠는 자신이 살고 있는 ‘튀는’ 삶에 점점 환멸을 느끼며, 프랑스 감옥에 갇히게 된다.

영화는 끝까지 평범함과 특별함의 경계에 대한 모호함을 지적하면서도 그것이 결국 인간의 마음에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전한다. 평범한 삶 속에서도 특별함이 있다는 것과 평범하다는 것 자체가 좋고 나쁨으로 구분될 수 없다는 것까지 생각하게 만든다.